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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 원뜻성경(117)] 라반의 신, 드라빔 (창세기 31장 30절)히브리어(구약성경) 2022. 10. 27. 09:21
וְעַתָּה֙ הָלֹ֣ךְ הָלַ֔כְתָּ כִּֽי־ נִכְסֹ֥ף נִכְסַ֖פְתָּה לְבֵ֣ית אָבִ֑יךָ לָ֥מָּה גָנַ֖בְתָּ אֶת־ אֱלֹהָֽי
And now though thou wouldest needs be gone because thou sore longedst after thy father's house yet wherefore hast thou stolen my gods
이제 네가 네 아버지 집을 사모하여 돌아가려는 것은 옳거니와 어찌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
(창세기 31장 30절)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찾은 후 라반에게 여호와께서 인도하신 일을 말했을 때 라반은 여호와의 인도하심을 인정하고 리브가를 이삭의 아내로 보냈습니다(창 24:50). 하나님을 섬기는 것 같았던 라반. 그러나 이제 그의 신은 드라빔이었습니다.
1. 드라빔에 대하여
드라빔은 히브리어로 תְּרָפִים(발음: 테라핌)인데 "고치다, 치료하다"는 의미의 רָפָא(발음: 라파)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출애굽기 15장 26절에서 "너희를 치료하는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신 문장을 근거로 하나님을 "여호와 라파"라고 부르는데 그 단어와 동일합니다. 이런 배경으로 본다면 드라빔은 치료와 관련된 신으로 보이며("치료"라는 의미의 영단어 therapy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다른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수호신으로도 여겨졌습니다. 아울러 고대 문헌에 따르면 드라빔을 소유한 자가 가장 큰 몫의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라헬은 고향 땅을 떠날 때 아버지의 드라빔을 훔쳤습니다(창 31:19). 그녀가 왜 드라빔을 훔쳤는지 기록되어 있지는 않으나 ①머나먼 여정에 수호신으로서 역할을 기대했거나 ②나중에 아버지의 유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상속받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라헬이 첫번째 이유를 들어 훔친 것이라면 그녀의 행동은 많이 아쉽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자녀 문제에 대해 큰 은혜를 베푸시며 그 분의 놀라우심을 나타내셨는데도 불구하고 우상을 의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 땅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아내를 맞이하기 위한 리브가의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 되겠지요. 두 번째 이유로 훔친 것이 조금은 더 타당성이 있을 것 같은데 라반이 자신들을 팔고 모든 재물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기에(창 31:15). 언젠가 그 모든 것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이유든 드라빔은 라반 가정의 중요한 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אֱלֹהָֽי)을 찾기 위해 그렇게 불같이 달려 왔습니다.
2. 드라빔의 무능에 대하여
그렇게 위대한 신인 드라빔은 사람이 지니고 다녀야 효력을 발휘하나 봅니다. 사람이 지니고 이동하지 않으면 어디든 갈 수 없는 발이 없는 안타까운 신이네요. 아울러 드라빔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도 없습니다. 라반이 자신의 신을 찾으러 라헬의 장막에 들어갔을 때 라헬은 낙타 안장 밑에 드라빔을 놓고 그 위에 앉았습니다. 자신을 찾으러 온 추종자(라반)에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생리중인 여성의 엉덩이 밑에 그저 깔려 있었습니다(창 31:35). 이는 수치를 당하고 있는 드라빔을 묘사합니다. 여성의 엉덩이 밑에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신이 어떻게 사람들을 치료하고 가정을 수호하게 될 지 상당한 의문이 듭니다. 끝내 라반은 드라빔을 찾지 못했습니다. 드라빔 역시 자신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신은 의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라반이 야곱을 추격하여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손에 야곱을 해할 능력(히브리어로 אֵל(발음: 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창 31:29). 그렇습니다. 오히려 야곱을 해할 능력은 드라빔이 아니라 라반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라반에게 있어 드라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신은 드라빔이 아니라 자신의 힘이 아니었을까요?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셔도, 드라빔을 집 안에 갖고 있어도 끝내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섬깁니다. 아직도 나의 힘이 능력이 있다고 믿으면서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내 힘의 약함을 온전히 인정하고 전능하신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우리 삶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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