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원뜻성경(201)] 불사르고, 불사르라(출애굽기 29장 13 ~ 14절)

וְהִקְטַרְתָּ֖  הַמִּזְבֵּֽחָה
offer them up in smoke on the altar.
제단 위에 불사르고

תִּשְׂרֹ֣ף  בָּאֵ֔שׁ
burn with fire
불사르라
(출애굽기 29장 13 ~ 14절)

 

대제사장도 사람이므로 자신의 죄를 위해 속죄제를 드려야 했습니다. 속죄제의 희생제물 중 하나는 수송아지였는데 이 희생제물은 두 장소에서 불에 태워졌습니다.

 

1. 제단 위에 불사르고

출애굽기 29장 13 ~ 14절에는 희생제물로 사용되는 수송아지의 육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에 대해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장에 덮인 모든 기름과 간 위에 있는 꺼풀과 두 콩팥과 그 위의 기름"은 제단 위에 불사르고 "수소의 고기와 가죽과 똥"은 진 밖에서 불살라야 했습니다. 개역개정에는 13 ~ 14절에 모두 "불사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히브리어로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먼저 제단 위에 불사르다에 사용된 히브리어는 קָטַר(발음: 카타르)인데 "향을 피우다", 영어로는 "to make sacrifices smoke"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불사르다"라는 단어는 캠프 파이어처럼 희생제물 위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연상시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단 위의 제물은 제사상에 향을 피우는 것처럼 태워졌고 그것은 마치 사람이 향 냄새를 맡는 것처럼 하나님께 귀하게 올려졌습니다. 그러나 내장 기관과는 반대로 고기와 가죽과 똥은 전혀 다른 형태로 취급되었습니다.

 

2. 진 밖에서 불사르고

"진 밖에서 불사르다"에서 사용된 히브리어는 שָׂרַף(발음: 샤라프)로 "(불로) 빨아들이다", 영어로는 "burn"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개역개정에 번역된 대로 "불사르다"는 표현이 알맞아 보입니다. 거룩한 제단 위에서 향을 피우듯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제물과 달리 진 밖에서 고기와 가죽과 똥은 전소시키기 위해 불로 살라졌습니다. 마치 진 밖에서 불살라지는 것은 거룩한 하나님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기자는 진 밖에서 불살라지는 희생제물을 그리스도의 고난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13장 12절에서 언급되는 제사는 출애굽기 29장에 기록된 속죄제를 의미하며 속죄제의 수송아지가 진 밖에서 불살라진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영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속죄제를 위한 수송아지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그 제사를 완성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렸습니다.

 

왜 내장기관은 향을 피우는 것처럼 하나님께 올려 드리고 육체 및 가죽과 관련된 부분은 진 밖에서 태워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혹자는 내장기관이 피에 접해 있기에 피와 관련된 모든 것은 하나님께 드려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히브리서 13장의 말씀에 따르면 피와 육체가 분리된 것으로 보아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만약 우리가 희생제물이라면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께로 향하고 우리의 육체는 고난을 기꺼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보십니다. 아무리 겉으로 화려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할 지라도 그 중심이 하나님 앞에 거룩하게 서 있지 않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무엇도 기쁘게 받으시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육체는 여러 고난을 기꺼이 감당해야 합니다. 좋은 환경과 안락만을 추구하면서 고난 당하는 것을 피한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사가 될 수 없습니다. 속죄제의 수송아지를 보며 내 마음과 행동이 하나님 앞에 온전히 바쳐졌는지 돌아 봅니다. 정말 내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려는 태도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너무나도 거룩하게 드려졌던 하나님의 제사와 안팎으로 불에 타버린 희생제물을 볼 수록 작은 것을 드리면서 크게 여겼던 지난 날이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내 마음은 קָטַר(발음: 카타르)하고 내 육체는 שָׂרַף(발음: 샤라프)되길 소망합니다.